원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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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카테고리 없음 2022. 9. 5. 19:56
그 방은 다행히 비어 있었다. 그는 그동안 오롯이 자신으로 채워질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창문을 닫지 못한 채 환성이 지나갈 때까지 방류되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팔아 이제 겨우 사색을 장만한 셈이다. 짐을 풀어놓다 들랑거리는 햇살이 의심스러워 주위를 둘러보니 낡은 천과 압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의자를 밟고 올라 낡은 천으로 창문을 가리려다 압정으로 천을 너무 세게 누르는 바람에 실수로 압정 한 개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는 바닥에 발을 살포시 디뎠지만 발바닥에 전달된 체중은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졌고 무사히 안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릎까지 소름이 돋았다. 그는 자세를 낮춰 이리저리 압정을 찾아보았지만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의 것을 이리 밀고 저리 치워 더듬더듬 바닥을 쓰다듬어 보아도 압정은 어딘가..